경영과학을 넘어선 인터넷 분산지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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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학을 넘어선 인터넷 분산지식의 힘

우리가 이용하는 기술들은 전쟁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군용 식량으로 만든 ‘스팸’이 전쟁 후 상용화되면서 미국 식탁을 변화시켰는가 하면 우리의 삶의 송두리 채 바꾸고 있는 인터넷 또한 냉전시대의 산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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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학의 쇠퇴

유대인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의자 실험’은 이성적인 인간이 불합리한 권위에 얼마만큼 복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데요. 그 중 전쟁의 영향으로 발달하게 된 경영학의 한 분파는 후에 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이라 불리는 학문으로 발전합니다.

경영과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모든 대상을 수량적으로 계산한 후 최적값을 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학문이 생겨난 이유는 전쟁 중에 어떻게 하면 최적의 보급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을 구해 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허용된 예산으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들을 방문한 뒤 다시 출발 지역으로 돌아오는 경로는 모색하는 TSP(Traveling Salesman Problem)는 전쟁 중 최적의 보급로를 찾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입니다. 전쟁 중 전폭기나 군함의 수량을 신속히 계산하는 방법 역시 기업의 경영 계획과 통제 방식에 적용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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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경영과학은 공급 체인망 구성, 재고 관리, 생산 관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그런데 1980년대까지 인기를 구가하던 경영과학이 1990년데 이르러 시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급격히 쇠퇴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경영과학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모든 것을 수치화할 수 있고 최적화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는데 있습니다. 80년대까지 그와 같은 관점은 경영과학의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지요.

수치 과학의 한계

사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문제들도 현실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 수치화가 불가능하거나 구조식으로 모델링 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죠. 인터넷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 수십 억의 사람들이 ‘한정된’ 인터넷 망을 통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패킷들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답은 ‘없다’입니다. 전 세계 수십 억 개의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들을 수치화하거나 공식화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치는 한정된 영역과 구조을 다루는 데는 유용하지만 일정한 영역의 크기를 벗어나면 변수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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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지식의 세계

인터넷 발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TCP/IP라는 통신규약입니다. 이 규약은 한정된 망을 이용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게 없었다면 현재의 인터넷 시대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TCP/IP 규약에서는, 내가 보내는 정보가 디저털화된 후 패킷이라는 단위로 쪼개지는데요. 패킷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담긴 정보의 고유번호, 그 패킷이 전체 정보에서 차지하는 순서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십 억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각각의 패킷들이 어떤 경로를 타고 갈 때 라인이 겹치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 과연 경영과학으로 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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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CP/IP에서는 분산지식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각각의 컴퓨터에서 발송된 패킷들은 라우터라는 통신 장치들을 경유해 이동하는데요. 이 라우터들은 패킷에 기록된 주소 정보를 통해 패킷을 목적지로 순간순간 이동시킵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들이 정해지지 않은 여러 경로를 따라 흐르다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죠. 도착한 패킷들은 기록된 정보에 따라 순차가 재조정되어 유기적인 정보의 형태로 수신자에게 보여집니다. 

인터넷이 분산지식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식 억 컴퓨터의 분산된 미미한 지능들을 통해 거대한 시스템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각각의 컴퓨터가 구조적이고 복잡한 수식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예컨대 패킷의 도착지 정보를 읽어서 주변 다른 컴퓨터로 전달하는 일을 행하는 것처럼, 작은 일들을 함께 협업함으로써 전체 시스템이 동작된다는 의미죠.

거대한 네트워크 시스템, 웹 생태계

현재 우리가 매일 활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분산지식의 산 보고입니다. 웹 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웹사이트와 정보가 존재하는데요. 만약 그것들을 소수의 사람이나 기업들이 완성하려고 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WWW로 상징되는 웹 생태계에서는 HTML언어를 통해서 누구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죠. 웹 생태계는 누군가가 구조적인 틀을 잡은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분산된 행동이 웹이라는 거대한 네트워커로 진화된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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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영과학이 추구했던 구조적인 방식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수치화와 최적화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방식이죠. 그러나 각 가정에 보급된 컴퓨터 뿐 아니라 손 안의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이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어 가고 있는 현재, 분산지식 시스템이 점차 세력을 키워갈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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